봄동
숲이 보이는 작업실, 네 명의 모닥불.
올 봄에 새 작업실을 얻었습니다. 책상 두개를 놓고 약간의 여유가 있는 이 공간은 식물로 가득한 온실을 커다란 통창으로 마주하는 곳입니다. 저와 이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E님이 무엇이든 시작하는 봄의 느낌을 담아 봄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. 봄 동아리, 영어로는 Spring Club입니다.
작은 공간이지만 통창 너머가 온실이라 도심 한가운데서도 숲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요. 혼자 누리기는 아까운 이 공간을 어떻게 나눌까 고민하다 제가 좋아하는 캠핑을 떠올렸습니다.
작은 화롯대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나지막이 나눈 대화는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한 번씩 떠오릅니다. 그런 시간과 공간을 여기서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.
왜 작은 모임인가
그동안 독서 모임의 클럽장을 맡기도 했고, 커피챗으로 정말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. 고민을 듣고 경험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은 늘 좋았어요. 그런데 아쉬움도 늘 같았습니다. 대화가 좋았는데도 다음으로 이어지지 않았고, 사람이 많으면 깊은 얘기까지 가지 못했고, 읽어 와야 할 책이 있으면 가기 전부터 숙제 같았고, 멤버와 날짜가 정해진 모임은 한두 명이 빠지기 시작하면 흐지부지됐습니다.
요즘은 일의 많은 부분을 AI와 함께 합니다. 혼자서도 꽤 많은 일이 되는 시대라, 거꾸로 사람과 마주 앉는 시간이 더 귀해졌습니다. 늘 조직 안에서 일해 온 저는 요즘 그걸 누구보다 크게 느낍니다. 그래서 작게, 가볍게, 오래 가는 모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.
네 명이면 모두가 말할 수 있고, 준비물이 없으면 오기 쉽고, 매번 새로 모이면 빠져도 미안하지 않겠지요.
봄동 캠프
한 달에 한 번쯤, 네 명이 모여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합니다. 읽어올 책도, 준비할 발표도 없습니다. 한번이라도 다녀가신 분은 메일링 리스트에 모시고, 다음 주제가 정해지면 메일로 알려드립니다. 오고 싶은 날에만 오시면 됩니다.
캠프 수칙
- 모닥불 하나, 네 자리.
- 초대로만 옵니다. 자리가 남으면 한 분까지 데려올 수 있습니다.
- 준비물은 없습니다. 가벼운 간식과 커피를 위한 소액의 참가비가 있습니다.
- 불은 주제를 낸 사람이 피웁니다.
- 모임 소식은 메일로만. 단톡방은 없습니다.
- 모임이 끝나면 다음 장작 하나를 남깁니다.
- 호스트 포함 세 명이면 엽니다.
장작
첫 번째 장작은 2026년 11월에 피웁니다.
캠프 위치
건대입구역 근처입니다. 주소는 초대 메일에 담아 보내드립니다.
입구
봄동은 다녀간 분이 한 분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넓어집니다. 그게 입구입니다.